약진이란 "약에 의한 피부발진"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약에 의한 발진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러 가지 습진성 피부질환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피부발진, 기타 여러 가지 피부질환이 약물로 인한 발진과 혼동될 수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일단 피부증상이 다 치료가 된 후, 의심되는 약을 실험적으로 재차 투여해 봐서 같은 증상이 생기는 것을 확인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환자에게 괴로움을 끼치는 일이므로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약진 중에서 비교적 쉽게 진단이 되는 것이 고정약진입니다. 이것은 특히 입이나 성기 등의 주위, 또는 손이나 발에 잘 나타나고 병변의 모양이 특징적이며 여러 번 반복해서 발생할 때마다 같은 자리에 병변이 재발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물론 다른 부위에 더 번질 수도 있지만) 피부과 전문의라면 누구나 쉽게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고정약진에 의한 발진은 비교적 경계가 뚜렷하고 병변이 국소적이며 (특히 초기에는) 수가 적고, 가렵거나 따가운 붉은 반점으로 시작하여 점차 붓거나 심해지면 물집이 생기기도 하며, 보랏빛 또는 검붉은 색깔을 거쳐서 나중에 갈색 반점을 남기게 됩니다. 이 검은 반점은 점차 사라지게 되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록 오래 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일단 약진이 의심되는 발진이 생겼을 경우에는, 그 발진이 생기기 전에 어떤 약(한약이든 양약이든, 드링크든, 식품첨가물이든...)이 몸에 들어 왔는지(먹는 약이든, 바르는 약이든, 주사약이든)부터 잘 기록을 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대개 약을 처방할 때 한가지 약물만 쓰는 경우보다는 여러 가지 약물을 혼합해서 처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히 한약의 경우는 배합하는 약물이 종잡을 수 없이 많을 뿐더러 성분분석이 안 되어 있으므로 뭐가 문제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진이 생겼을 때 단번에 어떤 약물 때문에 생겼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짐작이 가는 경우는 있지만, 원칙적으로 무슨 약물이든 약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사용한 모든 약물을 기록을 해놓아야 합니다.
고정약진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처음 생기기 전에 투여했던 약물과,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투여했던 약물의 내용을 비교해봐서 공통되는 하나의 약물이 있다면 그 약물이 원인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런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할 것입니다.
한번 발생하였을 때 바로 원인을 찾고 싶다면, 일단 치료한 후에 투여했던 의심되는 모든 약물을 한 가지씩 소량을 2,3일 간격으로 투여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험을 할 때는 소량의 투여로도 처음보다 증상이 악화될 소지가 있으므로, 전문의의 관찰 하에 조심해서 시행해야 할 것입니다.
고정약진은 치료를 하더라도 빨리 호전되지는 않으며, 여러 번 재발할 수록 증상이 심해져서 전신적인 증상이 생기거나, 암갈색 반점이 오래 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더 이상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